나의 이야기

김수영 아포리즘

인형^^ 2020. 6. 6. 20:39

김수영 아포리즘

 

시는 미지의 정확성이며 후퇴없는 영광이다.

 

행동을 위한 밑받침. 행동까지의 운산이며 상승.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의 총화가 행동이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 그 때는 3할의 비약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질 때인 동시에 회의의 구름이 가시고 태양처럼 해답이 나오고 행동이 나온다. 시는 미지의 정확성이며 후퇴 없는 영광이다. -시작 노우트1

 

시인이라는, 혹은 시를 쓰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큰 부담이 없다. 그런 의식이 적으면 적을수록 사물을 보는 눈은 더 순수하고 명석하고 자유로와진다. 그런데 이 의식을 없애는 노력이란 똥구멍이 빠질 정도로 무척 힘이 드는 노력이다. -시작 노우트1 (김수영, 최하림 편저, 김수영(김수영 아포리즘/김수영 평전·연구자료), 문학세계사, 1995, 263~264)

 

시작. 사실은 나는 20여 년의 시작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도 아직도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다음 시를 못쓰게 된다. 다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여직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을 모조리 파산을 시켜야 한다. 혹은 파산을 시켰다고 생각해야 한다. 말을 바꾸어 하자면,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온몸으로 동시에 무엇을 밀고 나가는가. 그러나-나의 모호성을 용서해 준다면-‘무엇을의 대답은 동시에의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온몸으로 동시에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되고,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 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여 침을 뱉어라.(김수영, 최하림 편저, 김수영(김수영 아포리즘/김수영 평전·연구자료), 문학세계사, 1995, 268)